대구 고려 검정고시 학원

내신 못믿겠다 일반고도 자퇴바람

2007/08/28 ::1534

‘공부 잘한다’는 부러움을 받는 김민진(가명.18) 양은 이번 여름방학 때 학교를 그만둘까 생각 중이다. 2학년 1학기까지 내신 성적은 2등급,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종합내신 1등급은 자신 없었다. 김양은 “수능에서는 1등급을 받을 자신이 있지만, 내신에서는 도저히 1등급을 받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성적도 우수한 모범생들이 내신 때문에 학교를 떠나고 있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반계고에서도 내신으로 인한 자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위해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찍어주는 현장에 염증을 느낀 학생도, 수능 모의고사는 1등급인데 내신은 결코 1등급 자신이 없는 학생도 과감히 ‘공교육 일탈’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인문계고에서 학교 폭력이나 질병.가정형편이 아닌 이유로 자퇴한 고 1, 2학년 학생 수는 1605명, 2005년의 1247명에 비하면 30% 가까이 증가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우며 대입에서 강화한 ‘그 놈의 내신’ 때문에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강남 8학군에 위치한 J여고. 현재 이 학교의 고교 3학년생은 입학 당시보다 30~40명이 적다. 모두 상위권이었던 이들은 자퇴하거나 시골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 학교 진학상담실 최선호 교사는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하는 현행 내신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만만찮은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내신 1등급은 상위 4%, 학생 수가 100명이라면 1등급은 4명뿐이다. 한두 문제를 틀린 것만으로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최 교사는 “정원 수가 70여명인 한 선택과목의 경우 1등급은 2~3명 정도”라며 “각자 잘하는 과목이나 재능 있는 분야가 따로 있는데 전과목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전과목 1등을 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를 나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길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각 포털사이트에는 수능 모의고사는 1등급, 내신은 2, 3등급인 학생들이 자퇴 후 검정고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모 검정고시학원 상담 선생님은 “배움의 때를 놓치거나 건강상 문제로 휴학한 것이 아닌, 공부를 꽤 잘하는 학생이 수업을 들을 때 내신 때문에 자퇴했을 것이라 짐작하곤 한다”며 “오로지 수능에만 올인하고 수능을 잘 보면 잘 볼수록 내신도 함께 올라가는 검정고시가 오히려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선 고교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교육부 입시정책에 대학처럼 공식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를 떠나는 우수한 학생들을 붙잡을 대책도 없기 때문. 세화여고 관계자는 “고등학교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며 “그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조심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정부와 각 대학이 대립각을 세우며 정해진 입시안에 대해 뒤늦게 문제 제기를 하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을 높인 데 대한 불만도 높다. 현대고 진학상담 교사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데, 몇 년만이라도 꾸준히 유지되는 입시정책을 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헤럴드경제 성연진.김태경 기자(tkk@heraldm.com)